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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와 사진틀 이덕대(수필가)



어린 시절 설은 풍요로움이었다. 시간의 열차가 지나고 나면 다시 올 수 없는 과거 행복의 시간들이 아쉬울 때가 이즈음이다. 어차피 삶이란 가만히 엎드려 있건 달리고 있건 시간이란 것이 곁을 스치고 지나가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져지지도 않는 시간이 세상의 모습을 변화 시키고 자국을 남긴다. 지나간 시간들은 어디에 쌓여 있는지 아니면 완전한 소멸, 영원의 망각 골짜기에서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또 다른 시공의 강을 건너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나가버린 것일지라도 사진이라는 형상으로 어느 시점의 과거 한 장면을 그려낸다. 옛 설이 그리워 찾은 고향집은 아무도 살지 않지만 시간의 흔적들이 돌담과 감나무, 그리고 오래된 기와와 황토벽들에 쌓여있다. 흐리고 퇴색된 낡은 기둥과 하얗게 덧칠된 횟가루 천정 사이로 가늘고 굽은 소나무 서까래 옹이가 흐릿한 세월처럼 박혀있다. 수십 년 전만해도 그 기둥과 서까래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새콤한 김치국밥에서 피어오르는 새벽 김 사이로 아이들의 배고파하는 광경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쯤에는 일찍 일어난 부지런한 암탉이 알자리 찾는 소리도 들었겠지. 작은방 방문 위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마치 시골 시장골목 사진관 홍보 사진처럼 사진틀 속에서 지나간 삶들을 붙들고 있다. 시간이 사진으로 남고 그 속 주인공들은 이제 다른 세상에 있거나 이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어린 내 모습은 물론 곁에 있는 사촌들이 낯익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하다. 하지만 뒤란을 돌아가면 마른 솔가지를 꺾어가며 따스하게 불을 때다가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 동생들에게 호호 불어가며 먹여주던 누나가 지금도 그 곳에 있을 듯하다. 우리는 지금 컴퓨터 회로가 지배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 폰의 소프트웨어로 찍은 사진은 만져도, 볼 수도 없는 가상의 공간에 저장되었다가 조작에 따라 나타나기도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편리하기는 하나 예전의 흑백 사진처럼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지 않을 듯싶어 아쉽다. 오래전에 알맹이를 빼앗겨 버린 다슬기 껍질 같은 고향집 사진틀 앞에 서면 약간의 초조함과 기대, 그리고 설렘 속에서 아주 떠나버렸던 시간들이 마냥 붙들려오는 것이 자못 경이롭다.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운 스마트 폰 디지털 영상들도 많은 시간 뒤에 묻히고 기억들마저 흐릿해갈 때쯤이면 낡은 사진틀 속의 아날로그 사진처럼 잊혀져가는 시간들을 불러줄 수 있을까. 아날로그나 디지털시대를 지나 이차원 형상으로는 인식이 불가능한 가상과 현실 복합시대의 미래에는 무엇이 시간의 기억들을 저장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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